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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문화를 가진다 – 침팬지의 도구 사용부터 고래의 방언까지

둔딩 2025. 5. 22. 08:39

‘문화’란 오랫동안 인간만의 전유물로 여겨졌습니다. 오늘은 동물도 문화를 가진다라는 주제로 동물 세계 속의 ‘문화’에 대해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동물도 문화를 가진다 – 침팬지의 도구 사용부터 고래의 방언까지
동물도 문화를 가진다 – 침팬지의 도구 사용부터 고래의 방언까지

언어, 예술, 도구, 전통, 사회적 규칙은 인간만이 창조하고 전승할 수 있는 고등 기능이라 여겨졌죠. 그러나 최근 수십 년간 동물 행동학자들의 연구는 그 생각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일부 동물들은 도구를 사용하고, 지역에 따라 행동 패턴이 다르며, 세대를 거쳐 지식을 전승하는 문화적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간만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문화가 사실은 얼마나 넓게 퍼져 있는지, 그 경이로운 진실을 함께 들여다보시죠.

 

침팬지, 도구를 만들고 전승하는 존재


📌 침팬지는 단지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1970년대, 제인 구달(Jane Goodall)의 연구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침팬지가 나뭇가지를 껍질 벗겨 개미를 꺼내 먹는 도구로 사용하는 모습이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때부터 과학자들은 "도구 사용은 인간만의 특징"이라는 기존 개념을 재고하기 시작했죠. 그러나 여기서 더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침팬지들은 단지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제작하고, 세대 간에 전승하며, 지역마다 방식이 다릅니다.

즉, 이는 도구 기술이라는 ‘문화적 다양성’이 존재함을 뜻합니다.

📌 아프리카 침팬지 사회의 문화 지도
- 타이 숲(코트디부아르): 견과류를 깨기 위해 돌과 나무망치를 사용

- 곤다 지역(탄자니아): 잎을 씹어 만든 스펀지로 물을 떠마시는 행동

- 보소우코(콩고): 가지를 잘라 길게 만든 막대로 벌레를 꺼냄

이처럼 지역마다 다른 행동은 유전적인 차이로 설명되기 어렵습니다.
이는 사회적 학습, 즉 주변 침팬지의 행동을 보고 모방하며 전통을 배우는 문화적 현상이라 볼 수 있습니다.

📌 어린 침팬지, 어른을 따라 배우다
침팬지 집단에서는 어른들이 쓰는 도구를 어린 개체들이 옆에서 관찰하고 모방하며 익혀 갑니다. 이를 통해 침팬지 사회에서도 ‘학습’과 ‘지식의 세대 전승’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인간 사회와 매우 유사한 이 구조는 문화의 존재를 강하게 시사합니다.

 

고래의 노래와 방언, 바다 속 전통


📌 혹등고래의 노래, 음악인가 전승인가
혹등고래는 복잡한 구조의 ‘노래’를 부르기로 유명합니다. 이 노래는 짝짓기 시기 수컷이 부르며, 음의 높낮이, 반복, 구절 구조까지 갖춘, 마치 하나의 작곡된 곡처럼 들립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 노래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고, 또 전파된다는 것입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동부에서 유행하던 고래 노래가 몇 년 뒤 남태평양 전체로 퍼진다

이 유행은 몇 년에 걸쳐 옆 지역으로 전이되며, 때로는 기존의 노래 스타일을 완전히 대체하기도 함

이는 고래 사회에도 ‘문화적 유행’과 ‘집단 학습’이 존재함을 시사합니다.

📌 고래도 방언을 쓴다
향고래(Sperm Whale)와 범고래(Orca) 등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 다른 ‘음향 신호’를 사용합니다.

- 한 무리는 ‘딱딱딱’ 소리를 세 번 내는 패턴,

- 다른 무리는 네 번 내는 패턴,

- 어떤 무리는 음 높이를 미세하게 바꿔 특정 뜻을 구분

이는 사람의 사투리 또는 언어 방언과 매우 유사한 구조입니다.

심지어 한 무리의 어린 고래가 다른 무리로 입양되었을 때, 새로운 ‘방언’을 습득하고 사용하는 사례도 보고됐습니다. 즉, 사회적 환경에 따라 언어를 배우고 적응하는 능력을 고래도 가지고 있다는 의미죠.

 

까마귀, 코끼리, 돌고래… 동물 문화는 점점 확대된다


📌 까마귀: 도구 사용의 마스터
까마귀는 놀라운 문제 해결 능력과 도구 조작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뉴칼레도니아 까마귀는 나뭇잎을 자르고 구부려 갈고리 모양의 도구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구멍 속 먹이를 꺼내는 데 활용합니다.

더 주목할 점은 이러한 기술이 지역에 따라 다르게 발달하며, 어린 까마귀가 성체를 따라 하며 기술을 익힌다는 점입니다. 이는 도구 사용이 단순한 본능이 아니라 ‘문화적 학습’의 결과임을 보여줍니다.

📌 코끼리: 애도와 장례, 기억의 문화
코끼리는 죽은 동료를 기억하고, 뼈를 다루는 방식에 특별한 존중을 보입니다.

- 죽은 무리의 자리에 모여 긴 시간 머무름

- 뼈나 상아를 만지며 애도하는 행동

- 죽은 어미의 시신 옆을 떠나지 않는 새끼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감정이 아닌 의례적인 사회 행동, 즉 장례 문화의 원형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 돌고래: 이름 부르기와 해양 사회
돌고래는 서로를 특정한 ‘휘파람’ 소리로 부르며, 일종의 이름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개체마다 고유의 소리를 가지고 있으며, 무리 안에서 다른 개체를 그 소리로 지칭합니다.
이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계의 지속을 위한 이름 부여라는 문화적 요소와도 연결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문화는 인간만의 특권"이라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동물들이 보여주는 도구 사용, 지역적 차이, 세대 간 지식 전승, 음향 신호의 변화 등은 모두 문화의 주요 조건을 만족합니다.

이제 문화는 더 이상 인간을 중심으로 정의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 침팬지의 도구

- 고래의 노래

- 까마귀의 문제 해결

- 코끼리의 애도

- 돌고래의 이름 부르기

이 모든 행동은 ‘생존을 넘어선 삶’을 보여줍니다. 동물들도 배우고, 전하고, 기억하고, 의미를 담습니다. 우리가 이들 속에서 발견하는 문화는 곧,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더 넓은 생명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