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학교에서 만나는 수학 공식은 하나같이 차갑고 논리적입니다. 오늘은 수학 공식 뒤에 숨겨진 오일러, 가우스, 페르마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공식은 암기하라", "증명은 정확해야 한다", "오차는 틀림이다" 같은 말들 속에서, 수학은 무미건조한 학문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수학의 역사 속에는 인간의 열정, 고통, 집념, 그리고 집요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습니다.
이 세 명의 수학자—오일러, 가우스, 페르마—를 중심으로, 그들이 남긴 위대한 공식 뒤에 숨겨진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공식은 숫자이지만, 그 안엔 사람의 이야기가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오일러: 앞을 볼 수 없어도, 수학의 우주는 그의 눈앞에 있었다
📌 오일러의 눈을 멀게 한 수학의 열정
레온하르트 오일러(Leonhard Euler, 1707~1783)는 수학계의 마라토너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양의 논문을 남겼습니다. 그의 이름이 붙은 공식만 해도 수십 개. 그런데 놀랍게도 오일러는 생애 후반부 대부분을 시력을 거의 잃은 상태에서 연구했습니다.
1735년, 오일러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너무 많은 수학 연구에 몰두하다 시력을 급격히 잃기 시작합니다.
가족들은 말렸지만, 그는 "나는 덜 볼수록 더 깊이 본다"고 말하며 연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결국 1766년 완전히 실명했지만, 수학 연구 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졌습니다. 그는 놀라운 암산 실력과 공간지각 능력으로 수학적 구조를 머릿속에서 ‘시각화’하며 계산했고, 필사 도우미에게 구술로 논문을 수십 편이나 남겼습니다.
📌 오일러 공식: 수학의 시
그의 대표작 중 하나는 바로 오일러의 공식입니다:
𝑒𝑖𝜋+1=0eiπ+1=0
이 한 줄에 등장하는 다섯 개의 수학 상수 (e, i, π, 1, 0) 는 각각 서로 다른 수학의 영역을 대표하지만, 이 공식을 통해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이 공식은 "수학계의 모나리자", "신이 수학자에게 속삭인 시 한 줄"로 불립니다. 눈이 보이지 않아도, 오일러는 수학의 가장 깊고 신비로운 진실을 그려냈습니다.
가우스: “수학은 예술이다”를 몸소 증명한 천재
📌 ‘수학의 왕자’의 유년 시절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Carl Friedrich Gauss, 1777~1855)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그가 수학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유명한 일화로 전해집니다.
7살 때, 선생님이 “1부터 100까지 더해봐라”는 문제를 던졌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하나하나 더하고 있을 때, 가우스는 곧바로 답을 외칩니다: 5050
그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그는 1+100, 2+99, ... 50+51 = 101 × 50 = 5050이라는 규칙을 알아차렸던 겁니다.
이때부터 그는 수학이라는 언어를 ‘예술처럼’ 다뤘습니다.
📌 정수론에서 천문학까지
가우스는 단지 공식만 잘 만든 것이 아니라, 수학의 다양한 분야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펼쳤습니다.
- 복소수의 기하학적 해석
- 소수의 분포를 설명하는 소수정리에 대한 선구적 통찰
- 지구의 곡률을 재는 측지학, 별의 위치를 계산하는 천문학, 심지어는 전기와 자기 연구까지 그는 거의 모든 수학 영역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했습니다.
📌 가우스의 철학: “수학은 진리다”
그는 말했습니다:
“수학은 단지 계산이 아니라, 진리를 표현하는 순수한 언어이다.”
그가 만든 가우스 정리, 정규 분포, 소수정리 등은 오늘날 과학, 통계, 인공지능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페르마: 변호사로 살아간 수학자, 358년의 수학 추리소설을 쓰다
📌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수학계를 흔든 한 줄의 낙서
피에르 드 페르마(Pierre de Fermat, 1601~1665)는 수학을 취미로 즐긴 아마추어 수학자였습니다. 본업은 변호사였고, 틈날 때마다 수학 문제를 풀며 고대 수학자들의 책에 주석을 남기는 방식으로 연구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고대 수학책 여백에 다음과 같은 글귀를 적었습니다:
“나는 n이 3 이상일 때, xⁿ + yⁿ = zⁿ을 만족하는 자연수 해는 없다는 놀라운 정리를 발견했다. 하지만 이 책 여백은 그것을 적기에 너무 좁다.”
이게 바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입니다. 문제는 증명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 358년 동안 수학자들을 괴롭힌 ‘미스터리’
페르마가 이 말을 남긴 이후, 수학자들은 300년 넘게 이 문제를 풀려고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이 정리는 수학사에서 가장 악명 높은 미해결 문제로 남았습니다.
수많은 수학자들이 부분적인 경우(n=3, 4, 5 등)를 증명하는 데 그쳤고, 현대 수학의 거장들도 수없이 도전했지만 완전한 증명은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이 정리는 1994년, 앤드루 와일스(Andrew Wiles)라는 영국 수학자에 의해 현대 대수기하학과 타원곡선 이론을 통해 마침내 증명됩니다. 증명문은 수백 페이지에 달했고, 이는 수학계에서 ‘21세기의 수학적 대서사시’로 평가받았습니다.
📌 낙서 한 줄이 만든 기적
재미있는 건, 페르마가 이걸 정말 증명했는지는 아직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수학자들은 그가 착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그 한 줄의 메모는 수 세기 동안 수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결국 완전히 새로운 수학 분야까지 탄생시켰습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보는 수학 공식은 단지 결과입니다. 하지만 그 뒤에는 무수한 시행착오, 호기심, 열정, 그리고 인간적인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시력을 잃고도 계산을 멈추지 않았던 오일러, 수학을 예술로 만든 천재 가우스, 변호사였지만 수학에 심취했던 페르마 이들은 모두 수학을 통한 ‘이야기’를 쓴 사람들입니다. 공식은 외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고 따라가야 할 하나의 여행 경로입니다.
다음에 수학 문제를 마주할 때,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이 공식은 어떤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삶 속에서 만들었을까?”
그 질문 하나만으로, 수학은 더 이상 딱딱한 숫자가 아니라, 가슴 뛰는 이야기가 됩니다.